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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영 1급 2교시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자 2014.11.21 조회수 13004
첨부파일    
한·영 번역 1급 2교시
[제한시간 70분, 50점]
 
※ 다음 3문제 중 2문제를 선택하여 영어로 번역하시오.
 
[문제1] 

  ‘무장공자(無腸公子)’가 무슨 말인가? 창자가 없는 귀공자를 말한다. 바로 게(蟹)다. 뻘밭에서 옆으로도 잘 기어다니는 게를 옛사람들은 참 부러워하였다. 몸에 창자가 없으므로 단장(斷腸)의 고통이 없는 삶을 살다 가기 때문이다. 애간장이 녹을 일이 없다. 얼마나 인생살이에 시달렸으면 창자 없는 게를 다 부러워하였겠는가! ‘근원수필(近園隨筆)’에 보면 이 ‘무장공자’에 대한 시 한 수가 소개되어 있다. ‘만정한우만정추(滿庭寒雨滿汀秋·뜰에 가득 차가운 비 내려 물가에 온통 가을인데), 득지종횡임자유(得地縱橫任自由·제 땅 얻어 종횡으로 마음껏 다니누나), 공자무장진가선(公子無腸眞可羨·창자 없는 게가 참으로 부럽도다), 평생불식단장수(平生不識斷腸愁·한평생 창자 끊는 시름을 모른다네)’. 이 시의 원작자는 조선 후기 한학자인 윤희구(尹喜求·1867~1926)로 되어 있다. 게를 보고 이러한 시를 쓸 정도면 이 양반의 한세상도 간단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가을 단풍이 조금씩 물들어 가는 요즘 꽃게가 한창이다. 서해안에는 올해 꽃게가 풍년이라고 한다. 동해안에는 대게와 털게가 유명하고, 남해안에는 꽃게·민꽃게·칠게·방게 그리고 제주도에는 홍색민꽃게가 잡힌다. ‘규합총서’에는 ‘게’요리에 대하여 여러 가지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게 오래 두는 법, 술·초로 게젓 담그는 법, 소금으로 게젓 담그는 법, 장으로 게젓 담그는 법, 게 굽는 법, 게찜 등이 소개되어 있다. 우리나라 종가(宗家) 가운데 게장으로 유명한 집안이 논산 노성리에 있는 ‘윤증고택’이다. 논산 노성리는 ‘노성참게’의 산지였다. 노성참게는 임금님 수라상에 올라갔던 참게였다. 금강 하구의 뻘밭에서 산란을 하기 위하여 참게가 노성리까지 올라오다 보면 운동이 많이 된다. 그래서 털이 빠지기 마련이다. 털이 빠지면 먹기가 좋다. 뿐만 아니라 운동을 많이 하므로 육질이 쫄깃쫄깃하다. 윤씨 집안에서는 이 참게를 잡아서 우선 참기름 통에 담가 놓았다고 한다. 그러면 참기름이 게에 스며들어서 맛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참게가 가슴속 결열(結熱)을 다스리고, 위기(胃氣)를 좋게 하여 소화력을 향상시키며, 산후에 배가 아픈 통증을 다스린다고 나와 있다.

 

 

[문제 2] 

식물학자와 광화문 어느 생태집을 갔더니 “진짜 생태네…”라고 했다. 한번 얼린 동태는 맛이 푸석푸석해 금방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명태를 얼리면 세포 속 물이 밖으로 빠져 나온다. 물을 빼앗긴 세포는 시들시들할 수밖에 없다. 동태는 겉보기와 달리 속으로는 바짝 말라 있는 것이다. 세포막 밖으로 빠져 나온 수분이 얼면서 조직도 찢겨나간다. 퍽퍽할 수밖에 없다.

고구마·감자는 반대로 냉장고에 넣어두면 더 달다. 세포에서 물이 빠지는 건 마찬가지지만 식물은 몸 속 전분이 당분으로 바뀌어 물 빠진 자리를 채워놓기 때문이다. 요즘 고구마 캘 철이다. 고구마를 캐 바로 먹으면 퍽퍽하다. 찬 베란다에 한 달쯤 뒀다 먹어야 단 맛이 난다. 동백 같은 상록수는 겨울에도 잎이 탱탱하다. 추워지면 세포에서 물이 빠져 나가지만 당분으로 보충한다. 당분이 부동액 역할도 한다.

활엽수는 추워지면 잎이 광합성을 제대로 못한다. 그러면 가지와 잎 사이에 떨켜라는 게 생겨 잎을 떨궈 낸다. 양분도 못 만드는 잎을 괜히 달고 있을 이유가 없다. 양지에서 자라는 나무는 가지 안쪽부터 낙엽을 떨어뜨린다. 빛이 닿지 않아 광합성을 못하는 것부터 털어내는 것이다. 식물학자는 “전란 때 꼭 필요한 짐만 꾸려 피난 가는 것과 같다 ”고 했다.

몇 년 전 10월 한가운데, 일본 국립공원 오제(尾瀬)에서 만난 단풍을 잊을 수가 없다. 햇빛이 센 날이었는데 형형색색 나뭇잎이 너무 밝고 투명해 숲 속에서 빛의 축제라도 열린 것 같았다. 국립수목원 이유미 박사는 ‘광릉 숲에서 보내는 편지’에 단풍으로 물든 숲이 유독 환한 이유를 썼다. 물기가 빠져나가 얇아진 가을 나뭇잎이 햇빛을 투과시키기 때문이다. 이 박사는 “나뭇잎이 죽기 앞서 장렬하고도 슬픈 예식을 치르는 것” 이라고 했다.

가을 낮이 맑고 밤은 추워야 단풍도 곱다. 숲 속보다는 하늘이 열려 있는 계곡 쪽이 더 붉고 더 찬란하다. 낮에 햇빛을 받아 만들어놓은 당분이 잎에 쌓여야 여름엔 초록에 가려 있던 노란색, 붉은색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얼마 전 가본 설악 대청봉 단풍 때깔이 예년만큼 곱지 않았다. 올 가을 흐린 날이 많아서다. 그래도 산은 산 아닌가. 산에 가면 단풍 아니라도 들뜬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진다.

 

[문제 3]

1940년 태어난 지 4주 만에 헤어졌다가 40년 뒤 만난 일란성 쌍둥이 짐 루이스와 짐 스프링어는 충격적일 만큼 비슷한 삶을 살았다. 둘 다 ‘샐럼’담배를 피우는 골초에 파란 셰브롤레 자동차를 탔다. 집 앞에 나무 한 그루와 하얀 벤치가 있는 것도 같았다. 둘 다 첫 아내 이름은 린다, 두 번째 아내 이름은 베티였다. 맥도널드와 주유소에서 일한 것, 편두통과 심장병으로 고생한 것도 비슷했다.

1980년대 미네소타대학의 쌍둥이 연구 이후 일란성 쌍둥이는 따로 키워도 성격과 취향이 놀랍도록 비슷하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유전의 힘을 쌍둥이들이 증명한 것이다. 학자들은 쌍둥이들을 통해 유전과 환경이 성격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도 연구했다. 리더십이나 지배력은 유전적 성향이 컸다. 권위와 규칙을 존중하는 보수성이나 안정한 쪽을 선호하는 소극적 태도도 타고나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 사회성과 성취력은 후천적이었다.

미국의 한 일간지가 최근 전세계 최고 경영자(CEO) 158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43%가 맏이였다. 맏이는 다른 형제보다 지능지수가 높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나 할머니 등 성인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 지적 자극이 풍부한 환경에서 자라기 때문이다. 동생이 태어난 후 줄어든 부모의 관심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책임감도 더 커진다. 맏이의 우수성은 맏이로 키워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1960년대 미국의 한 아동심리학자가 입양기관에 있던 쌍둥이 6쌍을 따로따로 다른 집에 입양시켜 연구했던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한 여자 영화감독이 생모를 찾다 쌍둥이 자매의 존재를 확인하고 자신들이 ‘유전 대(對)환경’의 실험 대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입양 부모들도 모르게 진행된 연구였다. 35년 만에 만난 자매는 고교 때 학교신문 편집을 했고 대학에선 영화를 전공했고 지금은 글을 쓰고 있다는 공통점에 서로 놀랐다.

‘인간은 태어나는가, 양육되는가.’ 는 오랜 논쟁거리였다. 요즘엔 유전과 환경의 상호작용으로 보는 학자들이 많다. 유전적으로 어떤 병에 약한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병에 전염될 가능성은 어떤 환경에 사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타고난 것을 조금도 바꿀 수 없다면 노력을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반대로 후천적 노력으로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면 과욕을 부리게 될 것이다. 유전과 환경이 똑같이 중요하다는 것은 희망을 잃지 말고 노력하며 살라는 의미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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