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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일 1급 2교시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자 2014.11.25 조회수 4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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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번역 1급 2교시
[제한시간 70분, 50점]
 
※ 다음 3문제 중 2문제를 선택하여 일본어로 번역하시오
 
[문제1]

산 밑이 가까워지자 낮 기운 여름 햇볕이 빈틈없이 내리부어지고 있었다. 시야는 어디까지나 투명했다. 그 속에 초가집 일여덟 채가 무거운 지붕을 감당하기 힘든 것처럼 납작하게 엎드려 있었다. 전혀 전화를 안 입어 보이는데 사람은 고사하고 생물이라곤 무엇 하나 살고 있지 않은 성싶게 주위가 너무 고요했다. 이 고요하고 거침새 없이 투명한 공간이 왜 이다지도 숨막히게 앞을 막아서는 것일까. 정말 이건 두껍디두꺼운 유리 속을 뚫고 간신히 걸음을 옮기고 있는 느낌인데, 다시 한 번 동호는 생각했다. 부리를 앞으로 향한 총을 꽉 옆구리에 끼고 한 발자국씩 조심조심 걸음을 내어 디딜 때마다 그 거창한 유리는 꼭 동호 자신이 순간순간 짓는 몸 자세만큼씩만 겨우 자리를 내어 줄 뿐, 한결같이 몸에 밀착한 위치에서 앞을 막아서는 것이었다. 절로 동호는 숨이 가빠지고 이마에서 땀이 흘렀다.

2미터쯤 간격을 두고 역시 총대를 옆구리에 낀 채 앞을 주시하며 걸음을 옮기고 있던 현태가 이리로 고개를 돌리는 것이 느껴졌다. 무슨 농말이라도 한마디 건네려는지 모른다. 그러나 동호는 모른 체했다. 잠시나마 한눈을 팔았다가는 지금 자기가 가까스로 헤치고 나가는 이 밀도 짙은 유리가 그대로 아주 굳어버려, 영 옴쭉달싹 못하게 될 것만 같았다.

첫 집에 도달하기까지 불과 40미터 안팎의 거리건만 한껏 멀어만 보였다.

수색이 시작되자 관심과 주의가 그리 옮겨지면서 동호는 지금까지 받아 오던 압박감에서 적이 풀려났다. 수색대 조장인 현태가 손짓으로 대원 세 명에게는 집 둘레를 경비하게 하고, 자신은 병사 한 명을 데리고 집으로 들어갔다. 보통 때는 느리고 곧잘 익살을 부리던 현태가 일단 이렇게 전투 태세로 들어가면 동작이 일변하고 야무져지고 민첩해지는 것이다. 어느 새 바람벽에 등을 바짝 붙이고는 문을 홱 열어젖히면서,

"꼼짝 말어!"

나지막하나 속힘이 들어 있은 목소리다.

몇 해나 묵은 창호지인지 검누르게 얼룩이 지고, 군데군데 낡은 헝겊조각으로 땜질을 한 문짝이 열려진 곳에 드러난 컴컴한 방안.

"손 들구 나와!"

밖에서 경비하던 세 사람까지 한 순간 숨을 죽인다. 그러나 컴컴한 방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다. 현태가 총구를 들이밀며 재빨리 방 안을 살핀다. 빈 집이다. 그렇건만 부엌과 뒤간까지 뒤진다. 그전 살던 사람들이 가난한 살림살이나마 급작스레 꾸려가지고 간 흔적만이 남아 있다.

 

[문제2]

밤새 비가 씻어 내리고 나서 맑은 아침이 되니 떠오르는 태양의 하얀 코로나가 맹렬히 타오르고, 동쪽 평야 위쪽 하늘에서는 구름들이 한 겹 한 겹 풀어져 엷게 사라진다. 하루가, 새로운 하루가 벗겨진다. 축축하게 젖고 푸르른 청구산 너머 바다 위로 반토막짜리 무지개가 걸려 있는데, 어릴 적에는 여름 소나기가 내린 다음 서울에서도 늘 볼 수 있었던 싱싱한 무지개를 내가 언제 마지막으로 보았던가? 아마 10년 전쯤일지도 모른다. 도시에서 살면 하늘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망각하니까.

어쩌다가 모래밭으로 나왔는지 조그만 개구리 한 마리가 황량한 사막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가만히 앉아 있다. 나는 가끔 걸음을 멈추고 허리를 굽혀 아직 물기를 머금은 완두콩만한 조약돌들을 주워 손바닥에 놓고 그 자그마한 기적을 살펴본다. 투명할 만큼 새하얀 돌. 혀끝에 닿으면 달콤할 것만 같고 은은한 금빛이 도는 물빛 돌. 매끄럽고 동그란 표면에 까만 줄이 박힌 돌.

조약돌은 저마다 모양과 빛깔이 다르고, 그 자그마한 조약돌들은 저마다 영원한 시간을 살며 바다의 역사를 그들의 표면에 기록한다. 그러나 조약돌이 바닷가에서 지켜보고 적어 둔 기록을 나는 풀이하지 못한다. 그저 끝없이 길고 깊은 침묵의 신비만 막연히 느낄 뿐, 한 낱의 돌이 지닌 역사를 결코 풀어 낼 수가 없어도, 그 조약돌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한여름 밤 숲 속에서 이슬의 구름 속으로 춤추고 돌아다니는 요정들의 가벼운 발자국 소리처럼 화려한 침묵이 귓전에 울리는 것을 들을 수가 있다.

나는 하얀 모래알들 사이에 흩어진 자그마한 조가비들을 줍기 위해 여러 번 허리를 굽힌다. 아무리 조가비를 많이 주워 눈 여겨 보아도 그들은 어느 하나도 서로 닮지를 않았다. 속이 빈 조가비들은 저마다 다른 주인을 모시고 섬기던 작은 집이며, 그 집들은 저마다 정성껏 다듬었기에 모두가 가장 아름답다. 그들은 서로 비교할 수가 없다. 최선을 다하면 그것이 극치이기 때문이다. 주인이 떠나 버린 조가비의 섬세한 무늬와, 나선형을 이루는 조형의 곡선과, 분홍과 베이지 빛깔이 배합된 은은함은 바다가 창조한 기쁨이다.

물이 멀찌감치 밀려나갔고, 밤새도록 파도가 오르내리던 모래밭은 고운 털비로 쓸어낸 듯 깨끗하다. 전에 내가 이곳을 찾아왔던 여름에는 이 모래밭이 발자국과 낙서로 어지러웠다.

 


[문제3]

여행에서 돌아와 아무리 즐거운 곳에서 날 오라 하려도 내 쉴 곳은 내 집밖에 없다는 진부한 감회와 안도감을 만끽하기도 전에 뭣 하러 텔레비전은 틀었던지. 몸에 밴 습관 때문이었을 것이다. 마침 뉴스시간이었다. 뉴스시간에 젤 먼저 등장해 지지고 볶고 고함치고 삿대질하는 정치하는 사람들과 정치적인 사람들을 보면서 그동안 저 사람들을 안 보는 게 얼마나 달콤한 휴식이었던가를 비로소 깨달았다. 다만 며칠이라도 저 사람들을 안 볼 수 있었으니 여행은 역시 좋은 거였다.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달라진 게 있을 수도 있었다. 돌을 던지던 사람은 돌을 맞는 사람이 돼 있을 수도, 돌을 맞던 사람이 기사회생 돌을 던지는 사람이 돼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눈이 침침하여 그것을 분간 못 할 뿐. 나는 이제 눈 어둡고 정신도 예전만큼 명징치 못해 누가 옳은 사람이고 누가 옳지 못한 사람인지, 누가 거짓말쟁이고 누가 정직한 사람인지, 누가 믿을 만한 사람이고 누가 못 믿을 사람인지 분간하지 못한다. 그들 스스로는 알까. 워낙 서로 진흙탕을 많이 처발라서 내가 누군지 상대방이 누군지 분간 못 하는 게 아닐까. 저 꼴 보기 싫어 못 살겠다, 라고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게 그들의 이전투구는 정말이지 넌더리가 났다.

이 나이까지 통과해온 힘들고 어려운 시대를 회상해보면 빈곤도 빈곤이지만 정치판도 지금보다 훨씬 더 개판일 적도 많았다. 오죽해야 못 살겠다 갈아보자, 라는 선거구호가 만백성에게 회자되었을까. 그러나 못 살겠으면 갈아보면 된다고 믿을 수 있었던 때는 행복한 시대였다. 정치가들이 저렇게 이합집산과 서로 흠집 내기에 열중하는 걸 보면 선거철이 가깝긴 가까운 것 같은데 저들을 갈아치우고 새로 맞이하고 싶은 새 얼굴이 도대체 떠오르지 않으니 어떡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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