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번역 2급 1교시 [제한시간 70분, 50점] ※ 다음 문제를 모두 일본어로 번역하시오.
[문제1]
나는 책을 외우듯이 벌판의 구석구석을 샅샅이 외우고 있다.
마음 속에는 들의 지도가 세밀히 박혀 있고 사철의 변화가 표같이 적혀 있다. 나는 들 사람이요 들은 내것과도 같다.
어느 논두렁의 청대콩이 가장 진미이며 어느 이랑의 감자가 제일 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새발고사리가 많이 피어 있는 진펄과 종달새 뜨는 보리밭을 짐작할 수 있다. 남대천 어느 모퉁이를 돌때에 가장 고기가 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개리 쇠리 불거지가 득실득실 끓는 여울과 메기 뚜구뱅이가 잠겨 있는 웅덩이와 쏘가리 꺽지가 누워 있는 바위밑과 ― 매재와 고들매기를 잡으려면 철교께서도 몇 마장을 더 올라가야 한다는 것과 쇠치네와 기름종개를 뜨려면 얼마나 벌판을 나가야 될 것을 안다. 물 건너 귀룽나무 수풀과 방치골 으름덩굴 있는 곳을 아는 것은 아마도 나뿐일듯싶다.
학교를 퇴학맞고 처음으로 도회를 쫓겨내려 왔을 때에 첫걸음으로 찾은 곳은 일가집도 아니요 동무집도 아니요 실로 이들이었다. 강 가의 사시나무가 제대로 있고 버들숲 둔덕의 잔디가 헐리우지 않았으며 과수원의 모습이 그대로 남은 것을 보았을 때의 기쁨이란 형언할 수 없이 큰 것이었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란 곧 산천을 사랑하고 벌판을 반가와하는 심정이 아닐까. 이런 자연의 풍물을 내놓고야 고향의 그림자가 어디에 알뜰히 남아 있는가. 헐리워가는 초가지붕에 남아 있단 말인가. 고향을 꾸미는 것은 사람이면서도 그리운 것은 더 많이 들과 시냇물이다.
|